星湖先生全集卷之一 / 詩 
瘈犬 미친개
이익(李瀷 1681년-1763년)

한 마리 개가 홀연 미쳐서 무니 / 一犬忽狂咬
다른 개들도 차례로 미친 병 들고 / 羣犬次第病
그 독이 점점 많은 개들에 퍼져 / 有毒卽轉傳
개들이 모두 실성하고 말았네 / 心亦爲失性
주인 연모하는 충성이 더는 없고 / 非復戀主誠
도리어 주인을 무는 짓만 하누나 / 况有反噬行
제멋대로 내달려 들판으로 나가니 / 橫奔出郊坰
마치 술 취해 깨지 못하는 것 같네 / 若醉而無醒
만나는 상대마다 싸우지 않음이 없어 / 所遇無不搏
등등한 그 기세가 자못 사나워라 / 騰躍勢頗猛
잠깐이라도 조심해 방비하지 않으면 / 斯須失謹防
저놈들이 흉포한 짓을 마구 자행하니 / 彼凶幾乎逞
부로들은 사람 해칠까 두려워하여 / 父老懼傷人
아이들을 불러 단단히 조심 시킨다 / 呼兒切加警
소년들은 저마다 틈을 엿보고서 / 少年各窺覘
밤낮으로 칼과 몽둥이를 들고 / 日夜厲刃梃
마을마다 잡아먹으려 벼르니 / 邨邨食思肉
경각에 목숨을 잃을 수 있겠네 / 頃刻可致命
아아 너는 미천한 동물이니 / 嗟哉汝微物
너의 고질병 어찌 스스로 살피랴 / 疾痼那自省
어찌 너희 천품이 모두 그러랴 / 豈爾稟皆然
어쩌다 불행한 경우를 만났을 뿐 / 所値適不幸
마치 생선 냄새에 물드는 것 같아 / 比之鮑臭染
한 놈이 부르짖자 많은 무리 호응한다 / 一倡衆爭應
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/ 非關藥物療
계책을 잘 세워 날뛰는 놈 제압해야지 / 善計制逸橫
살생은 인덕을 해친다고 말하지 말라 / 休言殺傷仁
놓아주면 또한 정의를 해치게 되네 / 放亦害義正
방자한 악행을 고치지 않더니만 / 肆惡旣不悛
필경에는 함정에 빠지고 말았어라 / 畢竟果投穽
가죽은 잠자리에 깔개가 되었고 / 皮以作寢席
고기는 솥에다 넣어 삶아 먹었다 / 肉以付錡鼎
우환거리가 불일간에 제거되니 / 憂虞不日除
부녀와 아이들은 모두 좋아하여 / 婦子咸相慶
죽여 없애 다행이라 다투어 말하지만 / 爭言幸殄滅
지혜로운 사람은 도리어 근심하누나 / 智者反怲怲
밤중에 쓸쓸히 개 짖는 소리 적으니 / 蕭然少夜吠
이렇게 마을이 텅텅 빔을 어이하리오 / 柰此空閭井
네가 모든 재앙을 일으켰다고 하자니 / 謂汝皆作櫱
추악한 무리들이 합세한 게 괴이하고 / 獨怪衆醜並
너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하자니 / 謂汝是無辜
입을 벌려 남을 해치려 날뛰었었지 / 張口害物競
하늘 이치에 절로 용납되기 어려우니 / 天理自難容
앙화를 끼친 그 증거가 분명 있어라 / 禍殃厥有證
여기에 책임이 있는 줄 내 아노니 / 吾知有執咎
사람의 생각은 소홀한 점이 있게 마련 / 人數欠頓整
물을 막을 땐 반드시 근원을 막고 / 防水必塞源
옷을 들 때는 반드시 옷깃을 들어야지 / 擧裘須挈領
당초에 재앙이 아직 자라지 않았을 땐 / 當時未滋蔓
그 해가 작아서 막을 수 있었지 / 害小猶可摒
사람들은 미리 도모하라 많이들 권했으니 / 人多勸先圖
기미를 보고 귀 기울여 들었어야 했네 / 見幾合傾聽
한갓 이 개를 길러온 사랑 때문에 / 徒緣育養憐
참아 오다가 큰 앙화를 기르고 말았지 / 隱忍釀禍盛
오래지 않아 너무 황당한 일이 벌어져 / 俄成大脫空
무척 힘을 써서 간신히 진정시켰어라 / 勞勩僅底定
작은 것 아끼다 큰 것을 해쳤으니 / 小惜卽大殘
이웃 사람들에게 비로소 부끄럽네 / 始愧隣人請
아아 너희 개들은 / 嗚呼彼羣犬
하나하나 모두 그림자만 좇는구나 / 一一事逐影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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